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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서론 – 폭우보다 무서운 건 그 후에 온다
폭우와 집중호우가 가져오는 피해는 눈에 보이는 침수, 도로 유실, 시설물 파손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비가 그치고 난 뒤에 본격적으로 우리 삶에 위협이 되는 요소는 바로 '감염병'이다. 물이 빠진 자리에는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며, 오염된 식수, 썩은 음식물, 역류한 하수, 동물 사체 등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감염 경로가 되어버린다. 이런 환경은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 어린아이,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이러한 위험성을 강조하며, 침수지역과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서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 피부병, 호흡기질환 등이 급격히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노로바이러스, A형 간염, 렙토스피라증 등 수인성 감염병은 오염된 물과 음식에 의해 쉽게 전파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단순히 복구작업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병을 차단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1 – 비는 그쳤지만 감염병은 시작됐다: 침수 후 더 위험한 폭우의 후폭풍
수해와 침수 이후 환경은 다양한 감염병의 온상이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감염병은 수인성 및 식품매개 감염병이다. 장티푸스, A형 간염, 세균성이질, 노로바이러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등은 오염된 물과 부패한 음식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된다.
특히 침수된 냉장고 속 음식이나 정전으로 인해 실온에 오래 방치된 식품은 반드시 폐기해야 하며, 비위생적인 조리환경 또한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2 – 집단설사, 장염, 곰팡이 피부병…폭우 뒤 ‘2차 재난’ 감염병 경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염과 설사 증세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수해 이후 급증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요양시설, 대피소 같은 집단시설에서는 한두 명의 감염이 집단 유행으로 확산될 수 있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나 로타바이러스는 매우 강한 전염력을 가지므로 사소한 위생 소홀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피부질환과 곰팡이성 질환도 흔하게 발생한다. 침수된 가정에서 가재도구나 벽지 등을 정리하면서 오랜 시간 습한 환경에 노출될 경우, 진균 감염, 무좀, 접촉성 피부염 등이 쉽게 생긴다. 직접 정리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고무장갑, 긴 옷, 방수장화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작업 후에는 손발을 깨끗이 씻고 샤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3 – 쥐가 옮기는 병도 있다? 렙토스피라·파상풍 등 동물매개 감염병 주의
또 하나의 문제는 설치류와 같은 동물을 매개로 하는 감염병이다. 렙토스피라증은 침수 지역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감염병 중 하나로, 흙탕물이나 오염된 물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고열, 근육통, 결막 충혈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에는 신장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살모넬라증, 파상풍, 신증후군출혈열 등 다양한 감염병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4 – 감염병 예방법: 끓인 물·비누 손씻기·침수식품 폐기·보호장비 착용
감염병은 한 번 발생하면 그 피해를 수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는 수해 지역 주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위생수칙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수돗물이라도 반드시 끓여서 마셔야 한다. 침수지역에서는 수질 오염 우려가 있으므로 생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3분 이상 끓인 물만 마셔야 한다.
둘째, 손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것이 기본이며, 청소 후, 식사 전후, 화장실 이용 후는 특히 중요하다.
셋째, 침수된 식품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포장이 훼손됐거나 상온에 오래 있었던 식품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넷째, 가정과 시설물의 소독이 필수다. 락스를 희석해 문고리, 화장실, 싱크대, 바닥 등을 소독하고, 가능하다면 방역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다섯째, 침수지역에서 복구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개인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장갑, 장화, 마스크는 기본이며, 작업을 마친 후에는 깨끗하게 샤워하고 오염된 옷은 세탁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설사, 구토, 발열, 피부 발진, 근육통, 황달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면 지체하지 말고 보건소나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어린이집, 학교, 요양시설 등 집단생활시설에서는 증상 발생 시 보건소에 즉시 신고해야 하며, 전파를 막기 위한 격리와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각 지자체에 감염병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방역소독을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지역 보건소는 현재 감염병 예방 홍보와 함께 예방접종, 의심환자 역학조사, 환경소독 등을 병행하고 있다. 개인과 가정 단위의 위생관리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전체가 연대하여 공동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무리 – 감염병은 눈에 보이지 않아 더 위험하다
수해와 같은 자연재해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으며, 복구 과정에서의 방심이 더 큰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감염병은 바로 그런 후폭풍이다. 비가 그친 지금이야말로 철저한 위생관리와 감염병 예방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위생수칙을 지키고, 의심 증상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곧 나와 가족, 이웃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며,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기도 하다.
침수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방심하지 말고,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감염병 확산을 막는 방패막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질병관리청 감염병 포털 또는 1339 상담센터를 통해 언제든 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필요시 적극 활용하길 권한다.